
아내는 사람이 모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말에 온 가족이 한꺼번에 모이는 날이면 다른 식구들보다 먼저 지치고, 어디를 가더라도 북적이는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키우는 일은 좋아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크레스티드 게코를 한 마리 데려왔습니다. 작은아이가 너무 키우고 싶어 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아이가 원했던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전부 아이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몇 달 뒤에는 혼자 있으면 외로울 것 같다며 하얀 게코를 한 마리 더 데려왔습니다. 게코가 정말 외로움을 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내는 그래도 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두 마리를 1년쯤 키웠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습니다.
“한번 짝짓기 시켜볼까?”
저는 바로 반대했습니다. 집에서 챙겨야 할 입이 더 늘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게코 두 마리까지는 괜찮았지만, 그다음부터는 규모가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제 의견은 충분히 전달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두 게코는 짝짓기를 했고, 얼마 뒤 하얀 게코가 알을 두 개 낳았습니다. 게코 알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저도 한동안 들여다봤습니다. 작은 흰색 알 두 개가 사육장 안에 놓여 있는 모습은 꽤 신기했습니다.
한 달쯤 지나자 알을 두 개 더 낳았습니다.
여기까지도 신기했습니다.
그다음 달에 또 두 개를 낳았을 때는 신기함보다 위기감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저는 서둘러 AI에게 물었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알을 대체 몇 개나 낳나?”
한 번에 두 개씩, 한 번의 교미 뒤에도 여러 차례 산란할 수 있으며 열두 개 안팎까지 나올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찔했습니다. 순간 게코보다 사육장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열두 마리가 태어나면 사육장은 몇 개가 필요한지, 먹이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이 작은 생명들을 전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바빠졌습니다. 아내도 그제야 숫자의 의미와 현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한두 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좋은 집에 보내야겠다.”
계획은 좋은데, 좋은 집을 열 군데나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나왔어!”
첫 번째 알에서 아기 게코가 부화한 것입니다.
메신저로 사진이 오고, 이어서 동영상이 왔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다시 오고, 잠시 뒤에는 또 다른 동영상이 왔습니다. 아내는 너무 작다, 너무 귀엽다, 어떻게 이렇게 생겼느냐는 말을 연달아 보냈습니다.
사진을 보니 정말 작았습니다. 새끼손가락만 한 녀석이 가느다란 다리로 사육장 안을 천천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저도 한동안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알 안에 있던 생명체가 바깥으로 나와 걷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생각보다 훨씬 귀여웠습니다.
밤이 깊어지고 저도 업무를 정리하려던 무렵, 이번에는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뚜껑이 열려 있었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기가 없어.”
그 말을 듣자마자 식은땀이 났습니다.
우리 집 게코들은 이미 각각 한 번씩 탈출한 전력이 있습니다. 한 마리는 침대 밑에서 찾았고, 다른 한 마리는 작은아이 레고 상자 안에서 찾았습니다. 집 안 어딘가에 작은 게코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틈과 구석이 전부 위험해 보입니다. 찾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어디선가 말라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됩니다.
두 번이나 같은 일을 겪고도 뚜껑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우리 집은 게코 탈출 사건만큼은 경험이 지식으로 축적되지 않나 봅니다.
다행히 아기 게코는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사육장 근처에서 금방 찾았다고 했습니다. 태어난 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아 멀리 갈 체력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고 나니 조금 웃음이 났습니다. 세상에 나온 첫날부터 사육장을 탈출한 것을 보면 모험심이 꽤 강한 녀석인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기 게코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은 뒤, 문득 남아 있는 알들과 현실적인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이제 겨우 한 마리 태어났는데, 나머지 열한 마리는 어떡하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