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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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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있습니다.

동갑이라 쉽게 친해졌고, 일할 때 마음이 잘 맞았습니다. 그 친구가 먼저 회사를 떠난 뒤로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종종 안부를 묻고, 일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은 계속됐습니다.

5년쯤 전에 그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 그런 일을 이제야 말하느냐고, 많이 힘들지는 않으냐고, 아이는 괜찮으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딸 하나를 둔 친구였고 아이를 무척 아꼈습니다.
다행히 친구는 곧 퇴원했고, 그 뒤로는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봤습니다. 
몇 번 만나기도 했지만 그 친구는 쉽게 피곤해했고, 저는 바쁘다 보니 길게 보지는 못했습니다.

완치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일을 계속했고 아이 사진을 자주 올렸습니다. 어딘가 놀러 간 사진, 웃는 사진, 무언가를 자랑하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안심했습니다. 치료가 오래 걸릴 뿐 일상은 이어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몇 달 전에 문득 생각이 나서 카톡을 보냈습니다. 한참 뒤에 다시 입원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픈 사람이 일 좀 살살 하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회사에서 자른다는 말은 없다길래 좋은 회사라고,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병원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으냐고, 문병이라도 갈까 하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곧 퇴원할지도 모른다고 괜히 찾아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경과가 괜찮다고요. 아이가 미용실을 다녀오더니 머리를 이상하게 깎아서 울상이더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사춘기 여자애한테 머리는 중대사이니 너무 놀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맘때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새로 한 머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얼굴을 찡그린 아이의 사진과 아이가 병원에 있는 아빠에게 쓴 편지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퇴원하면 꼭 한번 보자며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문병은 결국 가지 않았습니다. 곧 퇴원한다니 그때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부고 문자가 왔습니다.
분명히 경과가 괜찮다고 들었던 터라 한동안 문자에 적힌 이름이 그 친구가 맞는지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인사만 하고 나왔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저도 너무 황망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은 가족에게 무언가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연락처도 주고받지 못한 채 돌아섰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보는 걸 안부라고 생각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만나 얼굴을 보고, 가족과도 인사를 나눠둘걸 그랬습니다. 곧 퇴원한다는 말을 믿고 다음으로 미룬 그 한 번은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끔 그 친구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갑니다.
계정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마지막 게시물도 그대로입니다. 
머리를 이상하게 깎았다고 속상해하던 아이의 사진입니다.

살아 있을 때도 저는 그 친구를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봤고, 떠난 뒤에도 인스타그램으로 찾아갑니다. 그게 미안하면서도 그의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서 가끔 들여다봅니다.

거기에는 아직 그 친구가 사랑하던 아이가 찡그리고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