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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멀리서 온 사람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LIFE/일상의 기록

제일 멀리서 온 사람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 장소는 예전에 다 같이 자주 다니던 오래된 고깃집이었습니다. 최근에 협력사와 회식을 한 적이 있어서 여전히 맛있더라고 말한 게 모임 약속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친구들 가운데 제가 가장 멀리서 출발해야 했습니다. 혹시 길이 막힐까 봐 일찍 나섰는데 도로는 예상보다 한산했고,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도착했습니다.

오후 다섯 시라 가게는 아직 영업 준비 중이었습니다. 테이블에는 불판도 올라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알던 사장님과 안부를 나누다 보니 멀뚱히 앉아 있기도 어색해서 준비를 거들었습니다. 불판을 올릴 때 옆에서 집게를 건네고, 우리가 앉을 테이블에 컵과 수저도 놓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동안 오지 않았던 동네가 재개발까지해서 길이 낯설다며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오면 되는지 설명하고, 주변에 보이는 건물을 물어가며 방향을 잡아줬습니다. 한 명을 데려다 놓으면 다른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들이 하나씩 가게로 들어올 때쯤에는 이미 저는 진이 빠져 있었습니다.
이제 막 도착한 친구들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가 한꺼번에 시작됐습니다. 한 명이 말을 꺼내면 다른 친구가 중간에 끼어들었고, 또 다른 친구가 그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메뉴판은 한동안 아무도 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주문을 했습니다.
고기가 나오고 술잔이 돌자 친구들은 더 신이 났습니다. 음료가 떨어지면 냉장고가 어디 있는지 아는 제가 일어났습니다. 불판을 바꿀 때가 되면 사장님에게 말했고, 부족한 접시가 보이면 가져왔습니다.
막 자리에 앉아 고기 한 점을 먹으려 하면 다른 일이 생겼습니다.
누가 하라고 시킨 것은 아니지만, 다들 떠드느라 바빴고 필요한 것이 보였습니다. 몇 번 일어나기 시작하자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저를 쳐다봤습니다. 가게를 잘 아는 데다 술까지 마시지 않으니, 부리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참 먹고 마신 뒤 모임이 끝났습니다. 친구들은 술에 잔뜩 취해 기분이 좋아 보였고, 저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피곤했습니다. 친구들은 각자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서도 노안이라서, 혹은 취해서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택시를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고 차를 부르고, 도착한 택시의 번호를 보고 주인을 찾아 태웠습니다. 마지막 친구의 택시보다 제가 호출한 택시가 먼저 왔습니다. 택시 차종과 번호를 알려주고 꼭 확인하고 타라고 신신당부하는데 이 녀석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챙기느라 고생했어. 오늘도 우리 엄마 덕분에 잘 놀고 간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이 녀석들과 만나지 말아야겠다고요. 
만나더라도 이번처럼 일찍 가지는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불판이 올라가고 주문까지 끝난 뒤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았습니다. 
친구들이 제대로 목적지를 말했는지, 택시에서 잠들지는 않았는지 뒤늦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휴대폰을 열어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다들 잘 들어갔냐?’
한참 뒤 한 명이 ‘들어왔다’고 답했고, 곧이어 다른 친구도 잘 들어왔다고 남겼습니다. 
나머지 답을 확인하고 나서야 휴대폰을 내려놓았습니다.

다음에는 정말 늦게 갈 생각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