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아이와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캠핑을 유독 좋아하는데, 정작 캠핑장에서는 텐트에서 안 나오는 이상한 녀석입니다.
덕분에 저만 뙤약볕 아래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튜브에 바람을 넣고, 설거지를 하고, 수영장에 들어갈 때는 안 들어간다고 떼를 쓰다가, 나올 때는 나오기 싫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억지로 끌어내서 씻겨야 했습니다.
고단한 캠핑을 마치고 돌아와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해냈다.
여름 캠핑은 이제 무리다.
캠핑장에서 장비를 접고 차에 싣는 동안에도 땀을 잔뜩 흘렸습니다. 트렁크 문을 닫고 출발했을 때는 큰일이 모두 끝난 줄 알았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샤워부터 하고 소파에 누울 생각이었습니다.
주차를 마치고 트렁크를 열었습니다.
캠핑장에서 구겨 넣은 짐이 그대로 차 있었습니다. 텐트, 타프 가방과 장비 가방을 양손에 들 수 있는 만큼 나눠 들고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집에서 카트를 꺼내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고, 두 번째로 짐을 옮긴 뒤에도 트렁크에는 몇 개가 남아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내려가 남은 짐까지 꺼냈습니다.
트렁크는 비었습니다. 대신 집 현관이 캠핑 짐으로 막혔습니다.
수납 상자와 에어매트 가방 사이에 발을 넣어 신발을 벗었습니다. 소파는 바로 앞에 있었지만, 저 상태로 누웠다가는 현관을 지날 때마다 짐을 넘어 다녀야 했습니다.
아이는 피곤하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캠핑을 다녀왔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습니다. 아이는 침대에 누웠고 저는 현관에 남았습니다.
나도 피곤한데.
속으로만 말하고 장비 가방과 수납 상자를 하나씩 열었습니다.
수납 상자 하나를 비우면 해야 할 일이 몇 개씩 생깁니다. 옷은 세탁기로 가고, 식기는 싱크대로 가고, 손질이 필요한 장비는 거실 바닥에 펼쳐졌습니다. 캠핑장에서는 차에 싣기만 하면 됐는데, 집에서는 전부 꺼내 닦고 제자리로 보내야 합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싱크대에 물을 받았습니다. 장비를 닦아 가방에 넣고, 정리하고, 세탁, 세척, 정리가 반복됐습니다.
방에 들어간 아이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따라 들어가 누울까 생각했지만, 현관을 지날 때마다 남은 가방과 상자들이 눈에 보여 결국 다시 앉아 짐을 풀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현관 바닥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장비를 손질해 가방에 넣고 빈 수납 상자들을 정리하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소파에 누웠습니다.
주차장에 차가 들어왔을 때는 집에 도착한 줄 알았습니다.
캠핑이 완전히 끝난 것은 그보다 한참 뒤였습니다.
아이가 더 자라면 제가 눕고, 아이에게 뒷정리를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도 같이 캠핑을 가자고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