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아이폰 6s가 있습니다.
2015년에 나온 폰입니다. 올해로 11년이 됐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교를 마칠 나이지만, 스마트폰 세계에서는 이미 아득한 시대를 건넌 물건입니다.
충전기를 꽂으면 켜지기는 하지만, 켜지는 것과 쓸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처음에는 제 폰이었습니다. 아직 애플에 대한 실망감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전에 쓰던 갤럭시 넥서스에 비해 아이폰 6s는 세련돼 보였고, iOS는 부드러웠습니다.
사진도 잘 나왔고, 화면 전환도 매끄러웠습니다. 앱을 열고 닫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공들여 만든 물건처럼 보였습니다.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미래의 기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안드로이드는 정직했습니다. 누르면 누르는 대로 반응했고, 그래서 지연이 생기면 버벅거림도 그대로 보였습니다.
반면 iOS는 느린 순간을 부드러운 모션으로 감쌌습니다.
지연을 없앤다기보다 시선을 돌리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게 세련돼 보였습니다.
운영체제가 바뀐다는 건 눈에 보여야 체감됩니다.
윈도 95에서 XP로 넘어갈 때처럼, 아이콘이 달라지고 창 모양이 바뀌어야 사람은 비로소 내가 다른 시대의 기기를 쓰고 있다고 느낍니다.
iOS는 제게 그런 변화였습니다. 저는 꽤 늦게 아이폰을 접했지만, 그래서 더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 아이폰 6s를 저는 5년쯤 썼습니다. 스마트폰 기준으로는 장기근속입니다.
보통 2년만 지나도 새 모델의 욕망이 드리우는 세계에서, 5년이면 공로패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바로 은퇴하지 못하고 큰아이에게 넘어갔습니다.
큰아이의 손에서 한 번 더 살았습니다. 영상도 보고, 사진도 찍고, 게임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작은아이에게 갔습니다. 아이폰 6s는 아이들 공용 장난감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역할은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기만의 휴대폰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미래였고, 나중에는 장난감이었던 셈입니다.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안 돌아가는 게임이 생겼습니다. 앱을 실행하는 게 점점 버거워졌고, 배터리 수명은 짧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부드러움으로 보였던 모션이 이제는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한때 지연을 우아하게 감추던 장치가, 이제는 지연 그 자체가 된거죠.
그러다 작년에 아내가 쓰던 아이폰이 작은아이에게 넘어갔습니다.
그 순간 아이폰 6s는 마지막 보직을 잃었습니다.
아빠의 첫 아이폰, 큰아이의 영상 기기, 작은아이의 장난감이라는 세 번의 생애를 지나, 집에서 맡을 일이 없어졌습니다.
기기의 세계에서 세대교체의 순간은 냉정합니다.
그래서 아이폰 6s는 서랍으로 갔습니다.
애플에 물어보면 이제 매입보다 재활용을 안내합니다.
시장에서 아이폰 6s의 역할은 끝났다는 뜻이죠.
언젠가 아이가 다시 찾을 것 같아서 보관한다는 말은 핑계에 가깝습니다.
아이는 이미 더 나은 기기를 만졌고, 6s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한때는 미래였던 기기가 이제는 아이에게도 과거가 됐습니다.
그래도 버리기 어렵습니다.
생각해보면 기기를 살 때는 절차가 있습니다.
상자를 열고, 전원을 켜고, 계정을 옮깁니다. 새 폰에 첫 배경화면을 띄우는 순간도 있습니다.
딸아이는 새 아이패드를 받고 기념촬영까지 하더군요.
그런데 끝나는 순간에는 그런 절차가 없습니다. 어느 날 느려지면 안 쓰게 되고, 서랍 안쪽으로 밀려납니다.
서랍 속 휴대폰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이상적인 방안은 전자폐기물 재활용으로 가는 겁니다.
가능하다면 누군가의 기기가 되어 두 번째 삶을 사는 게 더 좋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집 아이폰 6s는 이미 세 번쯤 살았습니다.
새 기기를 살 때는 내가 미래를 산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기기를 보낼 때는 지난 시간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내는 것은 사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폰 6s는 아직 서랍에 있습니다.
가끔 서랍을 열면 보입니다. 충전하면 또 한 번쯤 아이가 만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압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서랍을 다시 닫습니다.
한때 미래였던 기기는, 모질지 못한 주인 덕분에 서랍 안에서 아직 생을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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