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잘 누르지 않습니다. 성품이 훌륭해서는 아닙니다. 급한 일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그냥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으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바깥에서 소리가 들리면, 급하게 열림 버튼을 누릅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소리가 먼저 옵니다. 복도 끝에서 급해 보이는 발소리가 들리거나, 누군가의 그림자가 문틈에 비치거나, 멀리서 잠깐만요, 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손가락이 바빠집니다. 열림 버튼 근처에 있던 손이 버튼을 급하게 누릅니다. 누군가 숨을 조금 고르며 탑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별것 아닌데, 오늘 제가 사회의 한 구석을 따뜻하게 만든 기분이 듭니다.
늘 좋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열림 버튼을 눌렀는데 문이 그대로 닫힐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괜히 잘못한 것 같아서, 버튼을 더 빨리 눌렀어야 했나 자책도 합니다. 특히 같은 회사 사람이나 같은 동에 사는 사람이면, 다음에 어떻게 얼굴을 보나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일부러 닫은 게 아니라고 해명이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반대로 문을 열어주려고 급하게 버튼을 눌렀는데, 밖에 있던 사람이 손을 젓습니다.
아, 지금 안 탑니다. 올라가세요.
그럴 때 저는 다시 열리는 문 앞에서 잠깐 민망해집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문을 붙잡고 있었으니, 상대가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안 탈 수도 있습니다. 저 혼자 약간 머쓱할 뿐입니다.
사실 문제는 제가 반대편에 설 때 주로 일어납니다. 제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문은 열려 있고,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마주친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히 제가 보였을 겁니다. 저는 걸음을 조금 빨리합니다. 뛰지는 않습니다. 뛰면 너무 간절해 보이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타고 싶다는 의사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힙니다. 그냥 닫히는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버튼을 이미 눌렀을 수도 있고, 제가 오는 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은 생각보다 빨리 닫히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보입니다. 안에서 누군가 닫힘 버튼을 누르는 손이.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빠르게 누르는 손이.
그때는 조금 분합니다. 아니, 사람이 오는데 그 앞에서 닫힘 버튼을 연타하는 건 대체 어떤 마음일까요. 기억은 늘 제 편이라, 제가 열어준 일보다 닫힘을 당한 일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하나 놓친다고 일정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음 것을 타면 되고, 길어야 몇 분입니다. 하지만 그 몇 초 안에 묘한 감정이 생깁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잠시 기다려줄 만큼의 사람도 아니었나. 상대는 저를 판단한 게 아니라 그냥 빨리 올라가고 싶었을 뿐일 겁니다. 다만 삐뚤어진 마음은 그렇게까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닫힘을 무례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늦은 밤 여성이 혼자 탄 엘리베이터에 남자인 제가 다가가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이 문을 닫는 걸 무례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닫힘은 자기 보호입니다. 그 정도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모든 상황이 그렇게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대낮이고, 사람들이 오가고, 제가 바로 앞까지 왔는데도 문이 닫힐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안에 여러 사람이 있는데도 아무도 열림 버튼을 누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 허탈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사람에 대한 기대도 같이 닫힌 것 같습니다. 제 안의 작은 인류애가 더 작아지는 순간입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열림 버튼을 눌렀다고 해서, 세상이 제 앞에서 같은 버튼을 눌러주지는 않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새삼 배웁니다. 호의는 거래가 아닙니다. 제가 한 번 베풀었다고 해서 언젠가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호의는 편도입니다. 그 말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상대가 호의를 알아채지도 못할 때도 있고, 가끔은 안 탑니다, 올라가세요, 하는 말로 허공에 흩어집니다. 그래도 그걸 받아들이고 나면 조금 편해집니다. 호의가 반드시 왕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닫히는 문마다 제 마음도 다쳤을 겁니다.
아마 앞으로도 사람이 오는 것 같으면 열림 버튼 쪽으로 손이 갈 겁니다.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을 것이고, 민망해질 때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제 앞에서 문이 닫히는 일도 계속 있을 겁니다. 그래도 열림 버튼 쪽에 손을 올려두고 싶습니다.
그쪽이 제 마음이 덜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끝.
LIFE/일상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