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에서 자주 사라지는 것은 비싼 장비가 아닙니다.
문서실에 놓인 자와 칼, 스테이플러 같은 작은 비품이 더 자주 자리를 비웁니다. 크기가 작아서 가져가는 장면도 눈에 띄지 않고, 누구나 잠깐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서실에 스테이플러가 없으면 가까운 곳부터 묻기 시작합니다.
“혹시 여기 스테이플러 가져가신 분 있나요?”
첫 번째 팀에서는 대개 모른다고 합니다. 두 번째 팀에서도 고개를 젓습니다. 질문이 사무실 절반쯤 이동하면 어디선가 대답이 나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쓰고 갖다 놓는다는 게 그만.”
일부러 가져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서류 몇 장을 찍고 바로 돌려놓을 생각이었을 텐데, 그러다 전화가 오고, 메시지가 오고, 회의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스테이플러는 그 책상에 남았고, 필요한 사람은 회사를 돌기 시작합니다.
저도 한 번 실수한 적이 있습니다. 문서실에서 펀칭기와 자를 가져와서 서류를 정리했습니다.
다 쓰고 바로 갖다 놓을 생각이었는데, 책상 한쪽에 둔 채 잊었습니다. 며칠 뒤 다른 팀의 막내 직원이 제 자리까지 왔습니다.
아마 문서실부터 시작해 여러 팀을 거쳐온 모양입니다. 직원은 아무 말 없이 제 책상 위에 놓인 펀칭기와 자를 쳐다보고, 저를 봤습니다.
불편한 침묵 끝에 제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아, 이거 찾고 있었어요?”
사실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직원은 그렇다고 했고, 저는 펀칭기를 건넸습니다.
직급은 이사였지만, 그 순간에는 다른 팀 막내를 온 사무실로 돌아다니게 만든 범인이었습니다.
그 뒤로 작은 비품은 개인적으로 사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이플러와 가위, 자에 이름을 붙여 책상에 올려놨습니다. 팀원이 빌려 갈 때도 먼저 저에게 물어보고, 다 쓰면 빠르게 제자리에 가져다 놓습니다.
반납이 늦어지면 저도 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거 다 썼으면 돌려주세요.”
제 물건이니까요.
공용 물품은 그런 말을 하기가 애매합니다. 제 돈으로 산 것도 아니고, 제가 관리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주인처럼 구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누가 책상에 며칠 두고 있어도 회사 안에서 회사 일을 하기 위해 회사 물건을 쓰는 중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아직 쓰는 중이라는 말도 공용 물품 앞에서는 꽤 오래 유효합니다.
리모컨과 프레젠터, 각종 어댑터도 비슷합니다. 장비 담당 직원이 종류별로 정리해 서랍에 넣어두지만, 한 달쯤 지나면 몇 칸이 비어 있습니다. 결국 담당자가 사무실을 돌며 회수합니다.
정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잠깐 쓰는 사람은 많습니다.
저는 그게 싫어 개인 물품을 하나둘 늘렸습니다.
스테이플러와 자에서 시작해 키보드와 마우스도 제 것을 쓰게 됐고, 나중에는 모니터까지 개인 장비로 채웠습니다. 공용 물품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누가 빌려 갔는지 물어보기도 편합니다.
책상 위에 제 물건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편해졌습니다.
그렇다고 공용 물품을 대하는 태도까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며칠 전 문서실에서 줄자를 빌려왔습니다. 잠깐 외주사에서 보내온 샘플의 실제 길이를 재고 바로 갖다 놓을 생각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보니 퇴근 시간이 가까웠습니다. 문서실까지 가기에는 몇 걸음 되지 않았지만, 곧 다시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자는 제 스테이플러 옆에 내려놓았습니다.
이름표가 붙은 물건들 사이에 문서실 줄자 하나가 섞여 있습니다.
누가 찾으러 오기 전에는 제자리에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