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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금융 공부 2 - 금리가 오르면 돈 가치가 오른다고 생각했다

STUDY/직장인의 금융 공부

직장인의 금융 공부 2 - 금리가 오르면 돈 가치가 오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알고 있던 금리

저는 금리 인상 뉴스가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자가 높아지니까 예금이 좋아지겠네. 미래 가치를 사두는 시기겠다."

살아오면서 뉴스를 보며 자연스럽게 굳어진 생각이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 예적금이 몰린다는 헤드라인을 수없이 봤고, 주변에서도 금리 인상기에는 예금이나 채권을 사두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돌았습니다.

정기예금 금리가 5%대로 올라가면 다들 "오랜만에 예금할 맛 나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는 금리 인상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 = 돈의 가치 상승 = 예금이나 채권을 사면 미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시기.

 

직관적으로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챗GPT와 대화하면서 이 직관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금리는 돈의 가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금리는 돈을 빌리는 비용입니다.

이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오르는 게 아닙니다. 돈을 빌리는 대가가 비싸지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이 빌리지 않습니다. 기업도 투자를 미루고, 개인도 대출을 줄입니다. 그러면 시장에 돈이 안 돌고, 돈이 안 도니까 소비가 줄고, 소비가 주니까 기업 매출이 줄고, 매출이 주니까 고용이 줄고, 고용이 주니까 다시 소비가 줄어듭니다.

즉 금리 인상은 좋은 시기가 아니라 시장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브레이크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개념을 알게 됐습니다.

돈에는 두 가지 성질이 있다. 가치(price of money)와 흐름(flow of money).
기준금리는 가치를 조절하지만, 경제는 흐름으로 움직인다.

 

저는 동안 가치만 봐왔던 겁니다. 금리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오른다, 그러니까 들고 있으면 좋다. 그런데 경제는 가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흐름으로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금리는 그 흐름의 밸브라는 것.

이걸 모르고 47년을 살아왔다는 게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부자들은 금리 인상기를 기회라고 부를까

여기서 또 하나 의문이 생겼습니다.

뉴스나 책에서는 종종 "부자들은 금리 인상기를 기회로 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금리가 오르면 시장이 식고 자산 가격이 떨어지니까, 그때 좋은 자산을 싸게 산다는 논리죠.

그런데 같은 금리 인상이 보통 사람에겐 분명히 부담입니다. 대출 이자가 늘고, 경기가 나빠지고, 고용이 흔들립니다.

같은 금리 인상이 누구에겐 기회고 누구에겐 위기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저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처음으로 제 자신이 어디 서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봤습니다.

 

부자는 자산이 동산입니다. 현금, 예금, 채권, 주식처럼 마음만 먹으면 빠르게 옮길 수 있는 자산.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예금이나 채권으로 옮기고, 금리가 내리면 다시 위험자산으로 옮길 수 있어요. 게다가 보통 대출 의존도가 낮으니까 금리 인상의 직접 타격도 작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지금 안 사도 된다, 더 떨어지면 사면 된다"는 선택권을 갖고 있는 겁니다.

 

반면 보통 사람의 자산은 거의 부동산 한 채에 묶여 있고, 그 부동산에는 대출이 붙어 있고, 월급 의존도는 높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고, 경기가 식으니 고용도 흔들립니다. 대응 수단이 사실상 소비를 줄이는 것 하나로 수렴합니다.

즉 같은 금리 인상이라는 사건이 어떤 사람에겐 자산을 재배치할 기회의 신호고, 어떤 사람에겐 버텨야 할 부담의 신호인 겁니다. 차이를 만드는 건 자산의 이동성입니다.

 

금리는 계급을 가르는 도구다

이 깨달음이 가장 무거웠습니다.

금리는 불평등을 만들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격차를 확대할 뿐이다.

 

이건 좀 비정한 결론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결론입니다.

 

금리 인상기에는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고, 묶여 있는 사람이 불리합니다. 그러면 금리 인하기에는 어떻게 되느냐. 금리가 내려가면 자산 가격이 오릅니다. 부동산도 주식도. 그러면 이미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의 자산이 더 크게 늘어나요. 결국 어느 국면에서도 자산을 가진 쪽이 유리한 구조입니다.

 

이걸 깨달은 후 저는 금리 뉴스를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헤드라인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묻게 됐어요. 이 뉴스가 누구에게 기회고 누구에게 위기인가. 그리고 나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저는 금리 인상이라는 헤드라인 하나로 사고했습니다. 그 헤드라인이 모두에게 같은 뜻으로 작동한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헤드라인이 누구에겐 기회, 누구에겐 위기로 정반대로 작동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지금 자산이 거의 부동산 한 채에 묶여 있는 사람입니다. 즉 금리 인상기에 기회가 아니라 부담을 느끼는 쪽에 서 있다는 거죠. 이걸 인정하고 나니,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 좀 더 분명해졌습니다.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자산의 이동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해두는 것. 그게 금리 변동기에 휘둘리지 않는 첫 단계더라고요.

 

다음 편에는 이 깨달음과 연결되는 또 다른 발견을 풀어볼까 합니다. 은행은 돈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