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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모르는 블로그를 발견한 게 언제였나요? - 링크의 인터넷에서 피드의 인터넷으로

TREND/기기와 경험

마지막으로 모르는 블로그를 발견한 게 언제였나요? - 링크의 인터넷에서 피드의 인터넷으로

우리는 언제부터 앱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을까

예전에 인터넷은 무한한 네트워크의 세상으로 나가는 공간이었습니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링크를 누르고, 낯선 사이트로 이동했습니다.

블로그 글을 읽다가 다른 블로그로 넘어가고, 웹진의 기사에서 참고 링크를 따라가고,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올린 주소를 눌러 전혀 다른 페이지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는 웹 서핑이라고 표현했죠.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은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네트워크의 세상에서 작은 단서를 찾아 목적지를 찾아가고, 다시 또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가 "오늘 웹 서핑하셨어요?"라고 물으면 어색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서핑하지 않습니다. 앱을 열고, 피드를 내리고, 또 다른 앱을 엽니다.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을 쓰고 있지만, 예전만큼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카카오톡 안에서 링크를 열고, 인스타그램 안에서 브랜드를 발견하고, 유튜브 안에서 검색하고, 네이버 안에서 맛집을 보고 예약하고, 쿠팡 안에서 상품을 비교하고 결제합니다.

웹을 돌아다닌다기보다 몇 개의 거대한 앱 안에서 생활의 대부분을 처리합니다.

 

현재는 인터넷을 이용한다기보다, 앱 몇 개 사이에서 출퇴근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제 하루의 동선도 대충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 쿠팡, 토스 사이를 순환하는 지하철 노선도처럼 보입니다.

다만 환승은 없고, 광고는 훨씬 많습니다.

 

이 변화를 저는 링크의 인터넷에서 피드의 인터넷으로 이동하는 과정처럼 느낍니다.

예전 인터넷이 링크를 따라 이동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의 인터넷은 피드와 추천을 통해 안에서 안으로 이동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한때 넓은 세상을 방랑하는 모험가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집 밖으로 나서는 게 힘겨운 은퇴자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인터넷의 입구는 브라우저에서 앱으로 옮겨갔다

이 변화는 단순한 느낌만은 아닙니다.

2025년 한국의 주요 앱 월간 사용자 수를 보면, 몇 개의 앱이 사실상 생활의 기본 입구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이즈앱 리테일굿즈의 2025 1~11월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평균 월간 사용자 수 4,823만 명으로 가장 높았고, 유튜브는 4,678만 명, 구글은 4,510만 명, 네이버는 4,409만 명, 구글 크롬은 4,203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2025년 한국 주요 앱 월간 사용자 수 (단위: 만 명)
카카오톡4,823
 
유튜브4,678
 
구글4,510
 
네이버4,409
 
구글 크롬4,203
 
출처: 와이즈앱 리테일굿즈, 2025년 1~11월 분석 · 한국 인구의 약 80% 이상이 매달 이 다섯 개 앱에 접속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카카오톡이나 유튜브가 인기 있다는 사실만은 아닙니다.

대화, 영상, 검색, 포털, 브라우저가 모두 한국 인구의 80%가 넘는 단위의 생활 인프라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용자는 인터넷 전체를 균등하게 돌아다니기보다, 몇 개의 거대한 앱을 통해 인터넷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용자 수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사용 시간입니다.

2025년 한국 주요 앱 월간 총 사용 시간 (단위: 억 분)
유튜브1,140
 
카카오톡324
 
인스타그램279
 
네이버191
 
구글 크롬166
 
출처: 와이즈앱 리테일굿즈, 2025년 1~11월 분석 · 사용자 수는 비슷하지만 사용 시간은 유튜브가 압도적(월 1,140억 분 ≈ 19억 시간)

같은 조사에서 유튜브는 월 1,140억 분의 총 사용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19억 시간입니다. 카카오톡은 324억 분, 인스타그램은 279억 분, 네이버는 191억 분, 구글 크롬은 166억 분이었습니다.

사용자 수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용 시간은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인은 매달 유튜브에 19억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에 각각 5 4천만 시간, 4 6천만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이 시간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다른 앱을 열지 않고, 다른 사이트로 나가지 않고, 그 앱 안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이제 앱은 단순한 실행 아이콘이 아닙니다. 대화, 영상, 검색, 쇼핑, 금융, 배달, 지도, 예약이 각각 앱 안에서 시작됩니다.

인터넷을 연다는 느낌보다, 필요한 앱을 연다는 느낌이 더 강해졌습니다.

 

예전 인터넷은 링크를 통해 열렸다

제가 기억하는 인터넷은 조금 달랐습니다.

웹진을 보다가 다른 사이트로 넘어갔고, 블로그 글에서 새로운 블로그를 발견했고, 게시판에 올라온 링크를 따라가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만나곤 했습니다. 검색 결과를 여러 개 열어놓고 비교하면서 읽는 일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때의 인터넷은 불편했습니다. 페이지는 느렸고, 디자인은 제각각이었고, 광고도 많았고, 정보의 품질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사용자가 이동했습니다. 링크를 누르는 순간, 지금 있던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넘어갔습니다.

 

링크는 인터넷의 문이었습니다.

그 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원래 찾으려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정보도 있었고, 엉뚱한 정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엉뚱함이 인터넷의 일부였습니다.

인터넷은 효율적이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옆길로 새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옆길이 늘 좋은 곳으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낯뜨거운 배너와 자동 재생 음악과 눈이 아픈 배경색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의 인터넷에는 길을 잃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불편했지만, 꽤 재미있는 불편함이었습니다.

 

지금 인터넷은 피드를 통해 안에서만 이동한다

지금은 다릅니다.

유튜브는 다음에 볼 영상을 추천합니다.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계속 이어서 보여줍니다. 틱톡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는 검색, 뉴스, 블로그, 카페, 쇼핑, 지도, 예약을 앱 안에서 연결합니다. 쿠팡은 검색, 리뷰, 광고, 추천, 결제, 배송을 한 흐름 안에 묶습니다.

 

심지어 검색조차 피드화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모바일 검색 결과는 카드 형식으로 무한 스크롤되고, 사용자는 첫 페이지를 떠나지 않습니다. 구글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예전 검색이 여러 페이지 중 하나를 선택해 들어가는 행위였다면, 지금 검색은 결과 페이지 안에서 계속 스크롤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사용자는 여전히 선택한다고 느끼지만, 선택의 범위는 플랫폼 안에서 정리됩니다.

밖으로 나가서 비교하고 돌아오는 것보다, 앱이 보여주는 순서와 추천 구조 안에서 판단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이것이 앱 안에 갇힌 인터넷입니다.

강제로 갇혔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편해서 나가지 않게 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앱은 빠르고, 로그인은 유지되어 있고, 결제는 저장되어 있고, 추천은 계속 이어집니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다시 검색하고, 다시 로그인하고, 다시 비교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앱 안에 머뭅니다.

 

인앱 브라우저는 밖으로 나가는 경험까지 흡수한다

이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곳은 인앱 브라우저입니다.

요즘 앱에서 링크를 눌러도 사파리나 크롬으로 완전히 이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앱, X 같은 앱은 자체 브라우저로 웹페이지를 엽니다.

겉으로는 외부 사이트에 들어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앱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닫기 버튼을 누르거나, 뒤로 가면 다시 원래 앱으로 돌아갑니다.

웹페이지를 보지만, 웹으로 완전히 나간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자기 안의 경험으로 감쌉니다.

 

이 구조는 편리합니다. 사용자는 앱을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외부 웹은 독립된 공간이라기보다 플랫폼 안에서 잠시 열리는 창처럼 느껴집니다.

브라우저가 인터넷의 기본 입구였던 시절에는 웹페이지가 목적지였습니다.

지금은 웹페이지조차 앱 안의 임시 화면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랫폼은 왜 밖으로 보내지 않으려 할까

이유는 단순합니다.

체류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카페라면 오래 앉아 있는 손님이 곤란할 수 있지만, 플랫폼에서는 오래 앉아 있는 손님이 가장 좋은 손님입니다.

자리를 차지해도 테이블 회전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누르고, 한 번 더 반응할수록 플랫폼은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손님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 자체가 광고주에게 팔리는 상품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플랫폼의 손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플랫폼이 광고주에게 파는 시간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사용자가 앱 안에 오래 머물수록 플랫폼은 더 많은 광고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행동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구매와 결제까지 안에서 끝나면 전환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은 사용자를 밖으로 보내는 링크보다, 안에서 계속 보고, 반응하고, 구매하게 만드는 구조를 선호합니다.

유튜브는 다음 영상을 추천합니다.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이어 붙입니다. 쿠팡은 상품 비교와 결제를 안에서 끝냅니다. 네이버는 검색 이후의 지도, 예약, 쇼핑, 리뷰까지 안에서 연결합니다. 카카오톡은 메시지에서 송금, 선물하기, 예약, 쇼핑까지 확장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능 확장이 아닙니다.

플랫폼이 인터넷의 이동 경로를 자기 안으로 다시 그리는 일입니다.

 

편리함은 늘 자유를 조금씩 줄인다

물론 이 변화가 모두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앱 안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면 편리합니다.

로그인할 필요가 줄고, 결제가 쉬워지고, 추천이 정확해지고, 정보 탐색의 시간이 줄어듭니다.

예전처럼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비교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인터넷의 열린 구조를 조금씩 약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링크의 인터넷에서는 사용자가 스스로 길을 만들었습니다.

피드의 인터넷에서는 플랫폼이 길을 미리 정리합니다.

사용자는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보지만, 동시에 자기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려워집니다.

추천은 편리하지만, 추천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앱 브라우저는 편리하지만, 외부 사이트를 독립된 목적지가 아니라 잠시 보는 화면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슈퍼앱은 편리하지만, 생활의 여러 영역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 묶어둘 수 있습니다.

 

편리함은 늘 자유를 노골적으로 빼앗지는 않습니다. 대신 선택의 경로를 조금씩 좁힙니다.

 

블로그를 만든 이유

제가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이유도 이 흐름과 아주 멀지 않습니다.

요즘은 긴 글을 쓰고 읽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피드에서는 짧고 강한 문장이 유리합니다.

알고리즘은 반응이 빠른 콘텐츠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플랫폼 안에서는 긴 글보다 이미지, 영상, 짧은 반응이 더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링크로 열리는 글, 검색으로 발견되는 글, 시간이 지나도 주소가 남아 있는 글에 끌립니다.

블로그는 느립니다. 피드처럼 즉각적으로 퍼지지 않습니다. 반응도 적습니다.

반응이 적다는 말은 점잖은 표현이고, 가끔은 유리병 안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던지는 기분도 듭니다.

누가 꺼내 읽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주소가 남아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유튜브 영상의 URL,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URL도 존재하긴 합니다.

다만 그것은 피드 안에서 한 번 흐르고 끝나는 주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한 번 흘려보내면, 그 주소는 사실상 다시 찾기 어려워집니다.

 

블로그 글의 주소는 다릅니다. 시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남아, 검색으로 다시 발견되고, 다른 글에서 인용되고, 5년 후에 누군가가 우연히 다시 찾아옵니다. 그게 링크 기반 인터넷이 남긴 가장 큰 자산입니다.

블로그는 글 하나가 하나의 주소를 갖고, 다른 글과 연결되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검색해서 들어오고, 다른 글로 넘어가고, 자기 생각을 얹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아직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플랫폼 밖에 완전히 독립된 공간은 아닙니다.

검색, 포털, SNS의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드 안에서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콘텐츠와는 다른 방식으로 남습니다.

링크의 인터넷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피드의 인터넷이 너무 강해졌을 뿐입니다.

 

링크의 인터넷은 여전히 필요하다

슈퍼앱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 역시 카카오톡을 쓰고, 유튜브를 보고, 네이버를 통해 검색하고, 토스로 금융 업무를 봅니다.

앱 안의 편리함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어떤 인터넷을 쓰고 있는지는 의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더 많이 쓰고 있지만, 더 적은 공간을 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고 있지만, 더 적은 경로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 빠르게 소비하지만, 더 적게 탐색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전 인터넷은 링크를 따라 밖으로 열렸습니다. 지금의 인터넷은 피드를 따라 더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변화는 기술의 퇴보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과 비즈니스가 너무 잘 작동한 결과입니다.

앱은 더 편리해졌고, 플랫폼은 더 정교해졌고, 추천은 더 강력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밖으로 나갈 이유를 점점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단지 편리한 피드와 닫힌 앱의 조합으로만 남는다면, 우리가 발견하는 세계도 그만큼 좁아질 수 있습니다.

 

링크를 누르고, 밖으로 나가고, 낯선 페이지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생각과 마주치는 경험.

그것이 예전 인터넷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은 더 나은 효율과 편의지만,

예전의 그 비효율과 불편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말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 느린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누가 꺼내 읽을지 모르는,

그래도 주소가 남는 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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